
지난해 제 주변에 있었던 큰 뉴스 중 하나가 바로 우리형에게 딸이 생겼다는 것, 저에게는 조카가 생겼다는 것입니다. 2006년 가을에 울 형이 장가갈 당시만 해도 '응.. 장가를 가긴 가는구나'라는 생각만 했지 앞으로 조카가 생길 수도 있는 거라곤 생각도 못했거든요.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처음 이 녀석을 보면서 형수와 형을 똑 닮은 모습에 참 신기해하던 기억이 납니다. 움직이고, 심장이 뛰고, 먹고, 싸고(?)... 하나하나가 참 신기하게 느껴지더군요.
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형이 자기와 닮은 딸을 안고 있는 것을 보니 참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. 특히, 저와 두 살 터울의 크지 않은 나이 차이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. 그냥 제 기분만으로는 아이가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었달까요. 하지만, 막상 아빠가 된 형의 모습을 보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과 진지함의 aura가 묻어나더군요. 그것도 참 신기한 기분이죠. 만약 형에게 딸이 없었다면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였을 테니 말이죠.
가끔 모원이가 잘 크는지 삼촌을 기억이나 하는지 생각나고 보러 가고 싶은데, 역시 거리와 시간의 벽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. 연초에 몇 번 봤을 뿐 그 이후에는 본 적이 없네요. 제 조카의 이름은 '모원(母媛)'입니다. 한자로는 '어미 모'에 '미녀 원'을 쓰고 있지요. 처음에 저는 '어미 모'에 '원할 원' 정도 되리라 예상했는데, 전혀 제 예상과는 다르더군요. 어감과 뜻이 독특한 이름이라 처음에 그 뜻이 매우 궁금했지요. 이름의 의미는 제가 쓰는 것 보다는 형이 직접 쓴 글을 옮겨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걸로 대신하겠습니다. (허락은 안 받았습니다)
아내가 출산할 때 참 못나 보였다. 하긴 아픈 사람이 예쁠 수 있겠는가. 창백한 얼굴, 일그러진 인상, 땀 냄새. 반 고흐 전을 보고 왔을 때, 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. 사실, 고흐의 그림은 투박하고 거칠다고. 투박하고 거칠지만 아름다운 고흐의 그림처럼, 한 생명을 낳기 위해, 그토록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아내의 모습은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다. 비록 투박하고 거칠지 모르겠지만...
그 아름다운 모습을 평생 기억하며 살고 싶었고, 또 내 아이가 그것을 알아준다면 더욱 고마울 것 같았다. 그리고 그것 하나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자란다면 세상에 몹쓸 놈은 안 되겠구나 싶어 이름을 '모원'이라 지었다. "그때, 네 어머니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라"